[뉴스토피아 = 편집국] 지난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25년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아베 총리를 대신해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이며 이런 관점에서 일본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이러한 사죄는 1993년 고노담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10억 엔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 재단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 첫 번째는 일본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역사 문제에 대한 태도를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아베 정권의 행적을 고려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기술하도록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지난 3월에는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나라에서 한국을 삭제했다. 또한 지난 10월 20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 방위상은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지역으로 자위대가 들어갈 때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아베정권은 일본의 역사관과 원칙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은 왜 이런 정치적인 쇼를 하는 걸까? 그것은 미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대중국 견제 전략에도 힘을 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국제적으로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책임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고 더불어 일본이 밀어붙이고 있는 ‘일본식 평화주의’를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본이 바라는 바다. 그래서 한국이 원하는 욕구를 대충 긁어주고 일본은 모든 역할을 다했다고 포장한다. 그리고 요미우리신문,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보수 언론사들은 ‘위안부 문제는 완전 종결됐다. 더 사죄도 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말해뒀다’고 일괄 보도한다. 이것이 그들의 다음 전략인 ‘테이블 아웃(table-out)’이다. 한국과 협상장(table-in)에서 시간을 길게 끌수록 일본은 덕을 볼 수 없다. 대충 마무리하고 합의를 본 뒤 언론 플레이를 통해 사실 자체를 일본이 유리한 쪽으로 왜곡 보도하는 것으로 테이블 밖에서 협상하는 전술이다. 만약 일본이 역사관의 인식을 전환할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런 식의 기만전술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도 아베는 침묵하고 있지 않은가...
두 번째, 합의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했다. ‘위안부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를 강구한다’, ‘주한 일반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는 일본의 발언은 해석의 수준과 정도의 차이를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다. 만약 이 부분에 명확한 기준으로 정의되었다면 논란을 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초 이번 협상은 정부의 입장보다는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입장에서 출발되어야 했다. 순서가 잘못 됐다는 의미다. 위안부 할머니의 욕구를 무시한 채 협상이 진행되었다. 즉,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해야 했다. 합의에 과정에서 할머니를 배제했으니 반대를 하는 건 당연한 원리 아닌가? 이것이 세 번째 아쉬운 점이다.
그렇다면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의 욕구는 무엇일까? 거액을 보상받는 것일까?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다. 기자들 앞에서 폼 잡고 하는 사죄가 아니다. 할머니들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사죄해야 한다. 진정성을 다해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게 할머니들에게는 전부다. 아베가 일본만의 리더이지 글로벌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지막 네 번째다. 협상은 기본적으로 주고받는 양보의 원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번 협상은 양보의 문제가 아니다. 즉,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받아내는 부분에서는 강하고 완곡하게 이끌어가야 한다.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가 가장 중요하게여기는 아젠다이면서, 과거 일본 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상대의 죄를 물을 때 양보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쪼록 이번 합의는 24년간 과제를 해결하는 역사적 돌파구라는 점에서 한국 외교사의 큰 의미를 가져왔다. 합의가 순항하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평생의 족쇄를 풀고, 나아가 양국이 협력과 우호적 파트너로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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