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 편집국]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민을 가겠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경선 출마를 표명한 지난해 6월. 돌발 연설로 구설에 오르던 ‘막말 트럼프’가 무려 17:1의 싸움에서 예상을 뒤엎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등극했다. 이젠 그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그의 장녀 이방카의 감동적인 연설이 화제가 되면서 엉뚱한 행보와 독설가인 트럼프는 더 이상 ‘괴짜’가 아닌 자식 잘 키운 아버지이자 진지하고 ‘대통령 후보 트럼프’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가다운 승부수가 먹히고 있지만 여전히 트럼프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처음부터 그의 발언은 공격적이고 인종차별적이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지구 종말이 온다’는 말까지 등장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정 지지층까지 확보하며 당 대선후보가 됐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 조차도 포기한 듯하다. 클린턴과 비교해봤자 여론은 트럼프에게 더 관대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반대세력들도 경선에서는 적이었지만 대선에서조차 지지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속어 섞인 화법은 논리적이고 점잖은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하면 초등학생 수준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품위가 없다.
이상하게도 대중들은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이들에게 ‘무식해 보인다’ 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이다 발언’이라며 열광한다. 선하고 배려가 많아 상대방의 맘이 상할까봐 돌려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논리적이고 윤리적이어서 하는 말마다 옳은 말만 하는 사람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한 번의 일탈에도 공분을 사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도 ‘욕쟁이 할머니’에게는 제 발로 찾아가서 욕을 먹고 싶어 하는 우리의 심리는 뭘까? 한마디로 욕 자체에서 느끼는 ‘대리만족’ 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정치계 막말과 트럼프의 막말에는 다른 점이 있다. ‘그들’과 ‘우리’로 나뉜, 바로 대중의 편에서 하는 막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언젠가는 ‘그들’의 편에 서게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민중은 개·돼지’라는 말도 영화 속 배우가 하는 것과 교육부 고위관료가 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피로써 맺은 ‘의리’로 형제처럼 친한 친구지만 여동생의 남편감으로는 손사래를 치는 것이 이중적일 수도 있지만 이해될 법도 한 것은 이렇게 ‘다른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빠른 변화와 생활의 혼란이 왔을 때 정부가 교육과 복지 측면에서 대응하고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펼치는데 1세기가 걸렸다는 분석이 있다. 답답해도 바른길이 맞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급한 마음에 자꾸 ‘더 빠른 길’을 찾게 된다. 새로운 것과 옳은 것은 다르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은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모험이다. 우리는 자꾸 모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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