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 편집국] 옛날 어느 서당에서 ‘바람 풍(風)’이라는 글자를 가르치는데 혀가 짧은 선생님이 ‘바담 풍’으로 발음하니 학생들도 ‘바담 풍’이라 따라 외운 데서 나온 말이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는 속담이라고 한다. 흔히 자신은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 남보고는 잘하라고 충고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쓰인다. 이 혀가 짧은 선생의 신체적 조건이 인간의 삶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애초에 제대로 배워서 알아도 바르게 살기도 힘들뿐더러 가르치기는 더 힘든 답답한 사회 구조이니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렸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은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씁쓸한 풍경이 연출되고 너나 없이 바람처럼 흔들린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병역면탈, 논문표절 등의 법률위반이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삶의 혀가 짧은 것이리라.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올바르게 ‘바람 풍(風)’을 외쳐야 한다. 세간의 관행들을 모른 척 해온 관행이 또 다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완벽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 지겨울 정도이지만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 역시 지겹다. 공직자에게는 공익을 지킬 수 있는 도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도덕성이 결여된 뛰어난 실무능력이 가져온 결과는 어떠했나?
대통령의 지지도는 국민의 신뢰일까? 이는 상대평가이지 절대평가는 아니다. 신뢰보다는 믿음에 더 가깝다. 나 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 우월하다 느끼는 것과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묵묵히 달려가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믿음이 깨지기 시작하면 신뢰는 사라진다는 것은 진리이다.
계속되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이냐, 흠집내기냐의 문제를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정치의 형태가 자기편에게는 가장 우호적인 단결과 협력을 제공하고 상대편에게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스스로의 의지에 상대방을 복종시키고 상대방을 통제하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질서를 유지·강화하는 ‘통치’는 ‘협치’와는 다르다.
우리 사회는 완벽한 발음으로 ‘바람 풍’을 외치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 들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치지도 말라는 것이 ‘국민의 뜻’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후보자 스스로가 자료제출이나 의혹 해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큰 의무일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며 서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모습을 보고 싶은 국민은 없다. ‘내로남불’은 불륜을 전제로 한 논쟁일 뿐이다. 가뜩이나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정부와 국회에 대한 신뢰마저 포기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쟤가 바담 풍(風)이라고 했어요’라고 이르지 말고, 짧은 혀로도 괜찮으니 제발 ‘바람’이든 ‘바담’이든 ‘풍(風)’이라 외쳐대는 모습을 보여 달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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