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현상 유지 편향’의 결말
[발행인 칼럼] ‘현상 유지 편향’의 결말
  • 편집국
  • 승인 2017.12.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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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 정대윤 국장

[뉴스토피아 = 편집국 기자] 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을 일컬어 ‘열사(烈士)’라 한다. 이들은 맨몸으로 저항하다 죽음으로써 위대성을 보인 유관순 열사, 이한열 열사 등 일제시대 또는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분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난방비 비리를 고발하며 이슈가 됐던 ‘난방 열사’ 배우 김부선 씨도 불의에 맞서 의롭게 싸워온 열사 중 한명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온도차는 사람을 지치게 했다. 그런 김씨가 이달 초 한 매체 인터뷰에서 ‘난방열사, 이제 안 한다’고 선언했다.

김씨는 투명한 아파트 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일부 주민 간 갈등이 깊어져 지치고 괴로웠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장기집권을 불러왔고, 난방비 조작 여부나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불가능했다. 구청관계자와 언론인 등이 참여한 공개설명회를 열어 10억 원짜리 난방공사를 4억 원에 입찰 받아 입주민 전체에 혜택을 줬지만, 결국 입주민의 무관심한 태도는 여전히 ‘부패’로 이어질게 뻔하다는 현실적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열사의 위대함은 ‘죽음’으로나 보여지는 저항일 뿐인 것일까. 혼자서는 세상을 절대 바꿀 수 없다. 김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먹은 사람들이 또 해먹는’ 장기집권과 부패에도 ‘무관심’한 입주민들은 ‘같이’의 가치를 버렸거나 ‘현상 유지 편향(귀차니즘)’으로 포기해버렸을지 모른다. 그리고는 옛 애인을 그리워하듯 ‘해먹은 사람들’의 집권아래 조용히 ‘하던 대로’ 지내며 마음이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김씨는 ‘나는 할 만큼 했다’면서도 결국 ‘무관심이 결국 부패로 이어지게 마련이다’라는 비극의 결론을 내려버렸다.

누군가는 김씨에게 ‘고만 좀 해라’ ‘지겹다’고 했다. 또 어떤 누군가는 ‘끝까지 싸워라’ ‘응원한다’며 격려했다. 하지만 결국 ‘남의 일’이었다. 김씨의 노력은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아 보이는 무모한 도전이 절대 아니다. 적폐청산, 갑질문화, 학교폭력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마찬가지로 바뀌어야 할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박수를 받아야 할 ‘난방열사’의 최후를 비참하게 만든 것은 언론에서 ‘난방비 문제’에 대한 화두가 아닌 ‘몸싸움’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도 든다.

이득이 생기지 않는 이상 바뀌지 않는 ‘현상유지편향’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분야에서 여전히 이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리더 자리에 있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서로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옳은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김씨의 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다. 국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 가장 큰 몫을 담당하는 언론부터 ‘열사’가 되어 리더들이 그릇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적하고 개선요구를 꾸준히 보도해야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개인이 아닌 역사와 삶에 대한 간절한 애정과 연민으로 싸워내고 있는 이 시대 열사들의 노고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뉴스토피아 = 편집국 기자 / ntpress@newstop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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