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한강 "문학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
  • 정상원 기자
  • 승인 2024.12.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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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연회서 수상소감…"가장 어두운 밤에도 우리를 잇는 것은 언어"
AP/뉴시스] 한강(왼쪽)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고 있다.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AP/뉴시스] 한강(왼쪽) 작가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브 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 문학상을 받고 있다. 한강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뉴스토피아 정상원 기자]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이 "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10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시청 '블루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연회에서 "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강은 이날 소감에서 어린 시절 비를 피하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를 글 쓰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저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일을 기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서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또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을 돌아보면 저는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며 "언어의 실타래를 따라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가면 다른 내면과 마주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강은 연회 말미에 연회장 가운데로 이동해 약 4분 동안 소감을 말했다. 행사 진행자는 한국어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라며 한강의 이름을 불렀다.

이날 한강은 연회에 앞서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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