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도구와 적으로

2019-04-29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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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피아 프레스 기자] 청와대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공수처법. 신속 처리안건 지정 ‘패스트트랙’ 논란의 중심에 놓인 것도 결국 공수처법 때문이다. 한국당은 이를 ‘입법쿠데타’ 라며 저지하고 나섰다.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법안은 선거제 개편안, 공수처법 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 의사를 밝혀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된데 이어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논의하다 법안 내용에 이견을 보인 권은희 의원도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되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의 농성에 지난 1986년 이후 33년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되고 회의가 무산됐다. 패스트트랙 절차가 시작되면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서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대 90일, 본회의에서 최대 60일 논의된 뒤 본회의에 상정되어 법안을 의결하는 속도에 따라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왜 그토록 반대하는 것일까.

먼저 한국당에서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을 야당이 아닌 범여당으로 보고 있다. 제1야당인 자신들을 배재시키고 여야합의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비례대표제 늘리기 때문에 소수정당인 범여권의 숫자가 늘어나면 자유당의 집권이 불리해진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내년 총선 240석 목표’ 발언은 한국당을 더 자극했다. 헌법상 개헌 찬성은 200석을 넘어야하는데 이는 바꿔 말해 ‘어떤 법이든 민주당 맘대로’라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으로 검찰과 분리된 독립 기관으로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 스스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거나 축소·은폐한 고위공직자의 범죄가 다시 수사대상이 될 수 있고, 검사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해진다. 청와대는 공수처 수사 대상은 여야 4당의 합의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의원 300명을 포함해 행정·사법·입법부와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무원 총 7000여 명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당은 입법, 사법, 행정 중 어느 한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초헌법적 권력기관화 문제, 옥상옥 논란, 다른 수사기관과 관계문제 등 논거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공수처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임명방식과 규모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처장, 차장 및 공수처 소속 검사들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어 정부여당의 영향을 받게 되고 검경 수사권조정과 공수 설치는 동시에 진행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제도는 한번 생겨나면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여야간 기싸움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최근 국회는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고 조롱과 감금도 서슴치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의 도입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여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민생 법안에는 ‘식물국회’였는데 정치·사법 개혁법안에는 ‘동물국회’가 됐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이 떠오른다. “정치인은 인류를 두 부류로 나눈다. 도구와 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