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대한민국의 중년남성들 절반이 방황하고 있다. 우리나라 50대 이상 남성의 53.7%가 외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불륜(不倫)’. 불륜설에 휩싸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 씨처럼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의 불륜이 가장 일반적인 것일까. 반면 50대이상 여성의 외도 경험은 9.7%로 남성과 대조적 결과를 보였다. 또 다른 연령대에 비해 40대의 외도경험 상승폭이 컸으며 성인 남성의 외도 경험률 또한 40대를 기점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성인 남성이 40대 중후반 이후 겪는 갱년기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외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의 폐경기와 ‘남성갱년기’는 주로 40대 중후반 이후로 ‘정상 기능의 쇠퇴’라는 공통점을 갖고 점진적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는 ‘부부의 성(性)위기’이기도 하다. 또한 성매매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외도 경험율도 높다. 또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외도도 많았다.
한국 50대 이상 남성 53.7% ‘외도 경험’
…여성은 9.7%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일 라이나생명이 발행하는 매거진 ‘헤이데이’와 강동우 성의학연구소가 공동으로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90명을 상대로 성생활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남성의 일생동안 외도 상대자수는 12.5명이었으며 여성은 4.3명이었다. 여성의 외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강동우 박사는 “실제로 외도하는 여성은 10% 내외의 소수이며 대다수 여성은 배우자나 파트너와 일관된 관계에 충실하다”고 분석했다.
신체의 노화현상에 따라 전반적인 신체적·정신적 측면의 쇠퇴현상을 겪게 되는 과정을 ‘갱년기’라 한다. 주로 40대 중후반 이후 ‘정상기능의 쇠퇴’라는 공통점을 갖고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폐경기와 ‘남성갱년기’가 만나는 시기는 ‘부부의 성 위기’이기도 하다. ‘여자로써 끝났다’고 생각하는 아내와 젊고 혈기왕성했던 시절에 비해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에서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외도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려는 남편. 설문결과에서도 성인남자의 외도 경험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평균 4%포인트씩 증가했다. 다만 30대(42.3%)에서 40대(48.4%)로 넘어갈 때증가폭은 6.1%포인트로 집계돼, 40대의 외도 경험율이 유독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강 박사는 그 이유로 중년 이후 겪는 남성의 갱년기를 꼽았다. 그는 “갱년기 남자의 경우 심리적 공허감과 신체적 위축 현상이 오면서 외도할 기운도 처질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현실은 이와 반대로 어딘가에 있는 신기루를 좇듯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찾아 불륜을 저지르고 이를 마치 회춘으로 착각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후 50대 외도 경험율은 52.5%로 40대보다 4.1%포인트, 60대 이상 외도 경험율은 56.7%로 50대 대비 4.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강 박사는 “남성 갱년기는 40대 중반 이후에 나타나서 중년들의 성생활에도 위험 요소가 되고 있으니 반드시 치료가 필
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성의 외도가 많은 것은 ‘성매매 때문’
이와 함께 성매매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외도 경험율도 높게 나타났다.‘성매매는 외도가 아니다’라고 답한 응답자의 43.3%가 외도 경험이 있었다. 반면 ‘성매매는 외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외도 경험율은 20.9%에 그쳤다. 이에 대해 ‘헤이데이’는 “성매매와 외도를 헷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라며 “성매매는 명백히 외도다. 성매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드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더팩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설문(1200명)과 심층면접(10명)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6.7%인 680명이 한 번 이상 성구매를 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27.2%(326명)는 최근1년간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헤이데이의 설문에서도 성매매에 대해서는 성별의 차이가 도드라졌다. 남성은 59.5%만 ‘성매매는 외도’라고 응답한 반면, 여성은 84.9%가 외도라고 답했다. 설문을 분석한 강동우 박사도 남녀 외도 비율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성매매’가 남성의 외도에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편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지난 6월 13일부터 7월 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미혼인 여성 306명, 남성 266명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 시대의 외도’에 대한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이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72.9%는 “소셜 미디어가 외도를 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들의 경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답변이 43%에 달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외도라고 결정을 내리는 기준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소셜미디어에서만 알고 지내던 이성을 현실에서 만났을 경우, 남성들의 경우 “바람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71%에 달했으나 여성의 경우 69%가 “바람이다”라고 답변했다. 대체로 여성에 비해 남성들은 소셜 미디어 상에서 이성과 연락하는 것에 대해 관대한 경향을 보였다. 남성은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이 있어야 바람으로 여기지만 여성은 미묘한 대화를 바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소득수준과 외도는 비례한다?
…자영업자가 가장 많아
직업과 소득수준으로 비교했을 때 외도 경험은 자영업자(40.6%)가, 외도 상대자 수는 화이트칼라(1.47명)가 높았다. 또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외도도 많았다. 강 박사는 “화이트칼라는 성공을 위해 젊은 시절 참고 사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러나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면 갑자기 찾아오는 상대적 박탈감과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 등 복합적인 감정이 일어나 성 본능을 깨워서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설명했다. 자위행위를 하다 공연 음란 혐의로 처벌된 몇몇 고위 공직자 역시 성 본능을 왜곡된 방향으로 푼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부부 갈등도 외도 경험에 영향을 미쳤다. 부부간의 갈등이 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0(없음)~5점(심각)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외도 경험자는 평균 4.10점인 반면 외도 무경험자는 평균 3.89점으로 집계됐다. 특히 외도 경험 여성의 점수는 평균 4.18점으로 남성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부부 갈등에 따른 파국이 외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다”며 부부 갈등이 발생 시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또 자위행위의 빈도가 높을수록 외도 경험율이 높았다. 지난 1년간 자위행위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이틀에 1회’라고 응답한 사람의 외도 경험율은 56.0%로 높게 나타난 반면, ‘하지 않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외도 경험율이 27.2%에 그쳤다.
상대에 대한 평가 결과에서도 외도를 하지 않은 이들이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외도 경험군은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외도 남성은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좋지만, 외도여성은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무척 나빴다.‘헤이데이’는 “여성은 특히 ‘칭찬’과 ‘상대와 함께하는 시간’ 항목이 5점대로 최악의 점수”라며 “그래서 남성의 외도는 결혼 중에, 여성의 외도는 결혼의 종말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0일부터 17일 까지 8일간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 980건, 개별면접 110건을 분석한 결과이며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오차는 ±2.97%p다.
시대에 따라 ‘바람’의 유형도 변한다
1960년대에는 불륜영화를 강력히 단속한 적도 있다. 4.19이후 미풍양속(美風良俗)을 해치는 문란한 영화는 일제히 단속을 받았고, 문교부는 이전의 영화검열제도보다 더 강력한 ‘영화수입추천기준’을 마련해 ‘불륜 외화’의 수입을 금하는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분명히 불륜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나오는 분륜 관계를 모두 문란하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보통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쾌락이 아닌 낭만이나 소통을 이유로 합리화시킨다. 얼마 전까지도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여겨지던 전형적인 가정의 모습에서의 남녀관계는 시대상을 반영하며 무시당하는 아내와 경제력을 지닌 남편의 모습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바람은 능력 있는 남성의 특권처럼 여기기도 했다. 경제력이 있는 남성의 바람은 능력 없는 아내와의 소통부재 이거나 부를 축적한 남성의 권리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자신감과도 같이 비춰지
기도 했다.
갈수록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성은 능력 있는 아내에게 무시당하는 남편으로 동정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1999년 최민식, 전도연 주연의 영화 ‘해피앤드’는 애정, 집착, 살의의 삼각관계로 서로 다른 해피 엔딩을 꿈꾸지만 결국 바람난 아내와 아내의 애인을 남편이 심판한다. 물론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양한 해석을 하기마련이다. 당시에는 여성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 지금 보다는 더 비난의 대상이 됐었기 때문에 아내를 죽인 남편의 살인이 큰 공감을 불러왔을지도 모른다. ‘바람’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의 불륜이 가장 일반적이다.
‘섹스리스’는 36%로 세계 최고수준, 세계1
위 일본과 비슷
한편 이에 앞서 ‘헤이데이’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부부관계가 없는 기혼자, 이른바 섹스리스는 36.1%로 세계 최고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간 성관계 횟수가 월 1회 이하이면 섹스리스 부부로 본다. 미국 등 서양이 20% 정도인데 비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인 셈이다. 조사 결과 결혼 연차가 높을수록 섹스리스가 많았다.
월 1회 이하로 성관계를 갖는 결혼 11~20년차는 30.7%, 결혼 21~30년 37.2%, 결혼 31년 이상
54.9%로 나타났다. 특히 각방을 쓰는 부부는 64.9%가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방을 쓰는 부부는 23.3%였다. 강동우 박사는 “섹스리스의 국제 평균은 20% 정도이며 섹스리스 1위 국가인 일본이 35~40%임을 감안하면 한국의 섹스리스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혼자를 포함해 우리나라 20대 성인의 성관계 횟수는 ‘월 2~3회’가 26.8%로 가장 많았지만, ‘월 1회 이하’가 21.8%, ‘하지 않는다’는 18.4%로 나타났다. 이어 주 1회 17.9%, 주 2~3회 12.7%, 이틀에 1회 1.8%, 거의 매일 0.6% 순이다. 성생활 만족도는 전체 성인 남녀에서는 ‘만족한다’ 41%, ‘보통이다’ 36.1%, ‘불만족’ 23.8%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93.9%는 ‘성 생활이 인간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특히 60대 이상(95.5%)의 응답률이 평균보다 높았다. 성생활 만족은 전 연령층에서 ‘정서적 친밀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남자는 ‘분위기’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정서적 친밀감’이 다수였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 아래에서, 일본은 남근 숭배 사상 때문에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순결교육 중심으로 성교육이 이뤄졌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최근 현실적인 성교육에 접근해 가고 있지만 성 산업이 지나치게 발달되면서 성 문화가 왜곡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두 나라 모두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부부생활,
갱년기 치료와 건강한 성의식 중요
보건복지부의 ‘노인 성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남녀 노인 500명 중 ‘성생활을 한다’는 응답 비율이 무려 66.2%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35%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연령이 증가한다고 해서 성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성생활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는 작용, 면역력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남성이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신의 성기능장애가 자신한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파트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생활실태조사’에서 외도중인 남성중 성기능장애가 있는 남성이 정상적인 남성에 비해 많았다.
외도경험이 있는 남성 중에 발기부전과 조루 환자는 28.6%와 30.5%인 반면 외도경험이 없는 남성은 발기부전과 조루환자가 24.8%와 22.8%였다고 한다. 그리고 성욕저하와 성기콤플렉스는 외도경험남성은 35.7%와 26.8%인 반면 외도경험이 없는 남성은 29.6%와 23.8%였다.
만약 중년의 부부에 갱년기의 증상이 나타날때는 전문의와 상의하여 정확한 진단과 필요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옳다. 단순히 호르몬 치료만이 아니라 호르몬 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신체기능과 정신적인 측면을 두루 다룰 수 있는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날 한평생 함께해야 할 부부생활의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섹스리스, 50대 이상 남성 53.7%가 외도를 경험했다는 설문결과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중년의 부부, 이대로 괜찮을까? S
[뉴스토피아 = 남희영 기자 / nhy@newstop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