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피아 정대윤 기자]황석영(81)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Mater 2-10)'의 영국 부커상 수상이 불발됐다. 그러나 한국문학은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에서 3년 연속으로 최종후보(숏리스트)에 오른 성과를 올렸다. ‘철도원 삼대’는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라운드에 오른 유일한 아시아 작품이었다.
21(현지시간)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만찬 겸 시상식에서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를 올해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복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카이로스'는 198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젊은 여성과 나이든 남성 사이의 사랑을 다뤘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부커상은 보통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최종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국과 호주, 미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권은 물론 비(非)영어권 유럽 출판계와 독자들의 주목도 받게 돼 작가와 해당 작품이 매우 큰 홍보 효과를 누린다.
'철도원 삼대'는 근현대사 100년 동안 세상을 움직인 주역이었으나 그 역할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한국의 산업노동자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마음껏 이야기를 펼쳐낸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다. 한국 근현대 노동·독립운동사라는 밑바탕에 민담적 요소를 가미하고, 때로는 환상적 리얼리즘 기법으로 풀어낸 점이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이 "부당해고에 항의해 공장 굴뚝 위에서 시위하는 이진오라는 인물의 렌즈를 통해 일제강점과 해방이라는 복잡한 민족사의 이야기를 노동계급의 정치적 투쟁 서사와 결합해 보여준다"며 "서구에서 보기 힘든, 한국에 관한 포괄적이고도 총체적인 작품"이라 평가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철도원 삼대'까지 지금껏 통산 다섯 작품이, 그것도 내리 3년을 잇달아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최종후보에 오른 데에는 작가 개개인의 문학적 역량 외에도 번역의 질이 꾸준히 높아진 것이 큰 몫을 했다.
상금은 5만 파운드(약 8670만 원)로 예니 에르펜벡과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된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철도원 삼대'가 통산 5번째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한 데 이어, 2018년 그의 다른 소설 '흰'이 최종후보에 또다시 올랐다. 이어 2022년 정보라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 지난해엔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래'가 최종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들었다.